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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의당 좌파는 일본사회당을 공부해야 하는가?(잡설) 본문
1)
일본에서의 사회주의로의 길을 계속 번역중이다. 양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이 저작은 일본사회당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저작이다. 블로그 유입 경로를 보니까 아마 이 블로그의 대부분의 독자들은 연구자 내지는 활동가인 것 같다. 연구자분들께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 좋은 일이긴 한데, 여기의 글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얻어갈 분들은 진보정당(특히 정의당) 내 좌파 활동가들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기를 바란다.
2)
일본사회당은 당시 주요 노총 중 하나이던 총평의 지지와 조직력과 자금 동원을 통해 원내 최대 야당의 자리를 몇십년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서구의 사민주의 정당과는 다르게 상당히 원칙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이념으로 내세웠음에도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요인들이 얽힌 결과이지만, 이들이 당내 우파와의 권력다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였고, 이후 떨어져 나온 당내 우파가 차린 민사당은 군소정당 신세를 면치 못했다.
3)
이는 한국의 상황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기존에 진보정당 내 좌익(?)의 포지션이었던 중앙파는 우경화되었고, 진보정치 내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머무르거나 혹은 원외정당인 노동당에 있다. 한국 진보정당 좌파는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현실정치에서나 조직력 면에서나 사민주의 우파와 자민통보다 우세했던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맥락으로 인해 어떠한 무기력함이 정의당 내 좌파를 감싸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전의 성공사례가 없기에 해외 좌파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서구의 사민주의 정권은 제3의 길을 기점으로 상당히 우경화했고, 희망이라 믿었던 영국 노동당의 코빈과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멜랑숑,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장했거나 초기의 급진적인 입장을 상당부분 수정했다.
4)
이러한 상황에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1야당이었고 (일시적이지만) 정권을 획득하는 것에도 성공했던 일본사회당을 공부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갖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이 급진적인 정치를 주장하고, 복지국가가 아닌 사회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 제1야당으로서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급진적 강령과 현실정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이 사민주의적 복지국가를 추구했던 당내 우파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제조건을 검토함으로써 진보정당 내 좌파의 입지를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정권 획득에 성공했을 때 북유럽 사민주의 정당과 달리 국유화 등의 정강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던 사실, 유권자에게 자민당의 진정한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실, 총평의 배타적 지지를 잃자마자 의석을 급속히 잃어 지금까지 군소정당으로 존재하는 사실 등을 통해 '계급적 대중정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5)
강령들만 떡하니 올려놓으면 아마 다들 안 읽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당이 걸어온 대강의 길을 설명하는 글들도 중간중간 업로드할 예정이다. 또, 일본사회당 좌파와 민주노동당 전진 그룹을 비교하고 현재의 정의당 좌파들이 택할 수 있는 전술들에 대해서도 써볼 예정이다. 특히 일본사회당의 '사회운동에 기반한 정당, 당이 의원단보다 우위에 있는 정당, 사민주의와 현실사회주의 양자 비판'이라는 특성은 정의당 좌파가 주장하는 바와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 이런 닮은 특징들의 공통점, 차이점을 비교하는 글도 쓸 예정인데, 정의당 좌파가 내세우는 내용이 보다 풍부하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6)
일본 사회당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다음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장석준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9392886
'일본 전후 정치와 일본 사회민주주의: 사회당 총평 블록의 흥망', 신카와 도시미츠(임영일 역)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920389
*칼럼 및 논문
'일본 사회당의 조용한 죽음', 장석준 blog.daum.net/lsak21/6095961
권순미(2003). 정당분열의 합리적 기초: 1959년 일본사회당 분열에 대한 게임이론적 분석. 아세아연구, 45(4), 191-214
권순미(2003). 일본사회당의 실패와 조직노동과의 관계. 한국정치학회보, 37(3), 311-332
7)
이도저도 읽기 귀찮다면 나무위키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8)
정의당에서 자꾸 남미식 인민전선 정치를 이야기하시는 분이 계시다는데, 그럼 당내좌파중에도 일본식 사회주의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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