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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사회주의에의 길 (1964) ③ 제3장 - 의회제 민주주의와 우리 당의 투쟁 본문

일본 좌파 운동 번역/일본사회당

일본에서의 사회주의에의 길 (1964) ③ 제3장 - 의회제 민주주의와 우리 당의 투쟁

0079char 2020. 12. 11.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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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서는 사회당의 공식 강령은 아니지만, 좌-우 통합 사회당 내에서 좌파가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는 데에 성공함과 동시에 기존의 강령을 대체하며 사실상의 강령으로 쓰인 문서입니다.

복지국가 지향을 노선으로 삼은 서구의 사회민주주의에 비해 일본의 사회민주주의는 사상의 본류(?)인 마르크스주의와 상당히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이러한 일본 사민주의의 경향을 '일본형 사회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본 문서는 소위 '일본형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자료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지만 제1부는 2부의 연구, 조사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2부를 싣습니다. 

본문의 문장들이 긴 호흡으로 이뤄져 있기에, 원문에 볼드체가 없음에도 중간중간 이해를 돕기 위해 볼드체를 추가했습니다.


-역자 주-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제1장 일본에 있어서의 사회주의와 사회당의 임무
  1. 사회주의 혁명의 필연성
  2. 사회주의의 원칙과 기본목표
  3. 사회당의 임무

제2장 평화혁명의 조건과 이행의 과정
  1. 평화혁명의 조건
  2. 이행과정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여러 방도
  3. 과도적 정권과 사회주의 정권

제3장 의회제 민주주의와 우리 당의 투쟁
  1.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의회제 민주주의
  2. 일본의 의회제 민주주의의 현 상태와 우리의 투쟁

제4장 대중투쟁의 의미
  1. 대중투쟁의 중요성
  2. 각종 대중투쟁
  3. 대중투쟁에 관한 약간의 중요문제
  4. 대중투쟁, 선거투쟁, 반독점국민전선, 정권수립
  5. 대중으로부터 신뢰받는 당

제5장 외교노선과 국제연대
  1. 제2차 대전 후의 새로운 동향
  2. 일본 지배계급의 대외노선
  3. 적극적 중립의 의의
  4. 안전보장으로의 길
  5. 국제연대

일본사회당 선거 포스터. '제트기 한 대에 주택 2천 호!'라고 적혀있다.


제3장 의회제 민주주의와 우리 당의 투쟁



1.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의회 민주주의


(1) 역사적 개념으로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넓은 의미로서는 정치 개념이다. 동시에, 그것은 계급투쟁과 불가분하게 결합하여 발달한 역사성을 가지는 이데올로기이자 정치 제도이다.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 속에서 자유, 평등, 박애라는 정치적 이념으로 발달했다. 민주주의는 내용상으론 개인이 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짓지 않는 자유, 또는 국가 나 단체의 관리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두 축으로 삼고 있으며, 정치 제도로서는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 정부로 이해되어왔다. 그리고 그 형태와 내용은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피지배 계층의 민주주의 요구 운동으로 인해 발전해온 것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르주아지는 봉건제의 성격에서 자유로워지기 원했기에, 인간 해방을 원하는 하층 대중과 함께 민주주의를 기치로 봉건을 타도했다. 이는 자본가와 노동자 두 계급의 분화가 아직 불충분했다는 것, 하층 대중들의 조직적인 힘의 결집이 없었다는 것, 또한 봉건제 타도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부르주아지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르주아는 일단 권력을 획득한 후에는 하층 대중의 민주적 권리는 인정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지배를 위해 민주주의의 제도를 이용하려고 했다. 비록 자본주의가 발달해 계급 분화가 촉진되고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 제계층의 계급적 자각이 높아지면서 각종 민주주의적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본가 계급은 어쩔 수없이 민주주의적 양보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민주주의 자체가 그들의 방해물이 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렇기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하에서는 자본주의 때문에 역사적으로 요구되어 온 인간 해방으로서의 민주주의가 관철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는 민주주의가 가진 본래의 의미, 계급적 지배의 수단으로써의 의의의 양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 부르주아 민주주의로서의 의회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독점 단계로 진행되면서 노동자의 인구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노동조합은 강해지고 계급의식은 높아졌다. 노동자 계급은 스스로 쟁취해낸 언론 사상의 자유 및 단결권 · 단체 행동권 등을 자본가 계급 공격을 위한 유력한 무기로 전환시켜 나갔다.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 확대의 요구가 보통선거권 획득 운동으로서 전개되었고, 노동자 계급이 이에 참가함으로써 현실적인 힘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자본가 계급은 근로 대중에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고, 보통선거권에 근거한 오늘날의 의회 민주주의가 출현했다.

  이에 반해 부르주아지의 통치의 욕구는 자유에서 독재로, 민주주의에서 과두 지배로 흘러가게 된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의회 정치 자체가 그들에게 견딜 수 없는 방해물이 되었다. 그래서 부르주아는 오로지 의회 정치를 제한하고 형해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한다.

  우리는 일찍이 파시즘이 끝끝내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세계적인 경험을 새겨두어야 한다.

(3) 우리와 의회 민주주의

  따라서 근로 대중은 형식에 사로잡혀 현존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로서의 의회 민주주의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의회 민주주의의 자본가 계급 지배가 관철되는 우위기구로서의 측면을 간파해내지 못한다면 기본적인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동시에 의회 민주주의가 항상 노동자 계급 중심 근로 계층이 민주주의적 요구를 통해 쟁취해온 역사적 사실, 지금의 의회 민주주의가 독점 자본에게 방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하면, 부르주아 의회 민주주의는 한편으로는 부르주아 지배의 형태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계급이 쟁취한 민주적 권리, 정치 참여의 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반독점 국민 전선을 배경으로 하는 대중 투쟁과 밀접히 결합하고 지지를 얻고 투쟁한다면, 이 의회 민주주의를 부르주아 권력 지배의 도구에서 우리의 해방의 무기로 바꾸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오늘날의 단계에선 생산의 사회화와 대중 통치를 위해 광범위한 대중의 동의를 필요로 하므로, 의회 민주주의를 부르주아로부터 근로자가 쟁취해내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제약을 타파하고 근로 대중이 쟁취해 온 역사적 유산을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는 의회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가 폐지되고 계급 지배가 소멸해 간다면 의회 민주주의에 민주주의 본래의 원칙이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하에서 의회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을 한층 완성시킬 수 있다.

 

2. 일본의 의회 민주주의의 현황과 우리의 투쟁

  전후 일본의 보수당과 정부는 독점 자본의 부활과 더불어 의회의 형해화와 국민 대중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회는 헌법에 규정된 국권의 최고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그런 국회의 지위는 행정권 우위 체제를 만들려는 시도에 의해 사실상 유명무실화되었고, 이제는 공공연하게 삼권 분립이라는 이름으로 개헌을 통해 국회의 지위를 명실상부하게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심의와 토론의 원칙은 보수당 절대다수의 힘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칙을 구현해야 할 선거는 선거법 개악과 선거 과정에서의 극심한 부패 행위 때문에 국민의 진정한 대표가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정치적 자유는 각종 반동 입법에 의해 제한되고, 권력과 경제력에 의해 크게 왜곡되고 있다. '국민에 의한 심판'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도 언론, 대중 지배를 통해 국회에서의 심의와 토론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현저하게 제한된다.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국민 대중을 위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을 위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1) 국권의 최고 기관인 국회의 지위를 낮추는 일체의 책략(삼권분립론의 역행, 위임 입법의 확대 등 국회의 기능을 축소하고 행정부의 기능을 확대하려고 하는 제도들)에 반대, 국회의 행정 심사권을 강화.

(2) 의회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정치 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의 제한을 철폐하고, 만 18세 이상의 남녀에게 선거권을 부여.

(3) 선거법 및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금권에 의한 선거 지배의 타도를 통해 국민이 대표자를 정당하게 선택할 권리 보장.

(4) 국회 운영을 민주화, 국회를 심의와 토론의 장으로 삼음과 동시에 청문회 제도 및 청원을 중시하고 국민과 의회를 직결시키는 것.

(5) 국민에게 국회의 심의 및 토론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의 확대.
지배층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정치적 무관심 상황을 타파하고 국민의 일상적인 정치 참여의 증가.

(6) 관료제의 타파

  특히 여기서, 의회 민주주의의 옹호와 발전을 위해 관료제 타파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관료는 전쟁 시기에 천황의 관료로서 자본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오늘날에도 독점 자본과 유착하여 국가 권력의 행사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의 중심부를 쥐기 위해 자민당 국회의원으로 많이 진출했고, 현역 관료군을 배경으로 삼아 당내 유력한 지위를 차지하고, 이러한 과정을 지도하고, 의회와 내각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방대한 기구와 전문 지식을 이용하여 입안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예산 편성의 실권을 장악하고, 심지어는 의회 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다.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는 동시에 이상과 같은 의미의 관료제 타파 없이는 그 민주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는 독점 자본의 양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정치 형태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민주적 개조와 사회주의 혁명의 과정에서 의회 투쟁과 원외 대중 투쟁의 밀접 불가분한 결합이 가장 주요한 우리의 투쟁 형태여야 한다. 의회 투쟁은 대중 투쟁을 통해 한층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국회 안팎에서 안정적인 다수파를 획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회주의 권력을 수립하고, 국회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 즉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의한 의회 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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