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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일본사회당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들

0079char 2020. 12. 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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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당이 배출한 마지막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와 정의당 심상정

 


 사회당 문건들을 번역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중순까지는 사회당-공산당-신좌익이 어떻게 전후 일본에서 형성되었고 어떤 흐름을 따라 좌파 붐이 사그라들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충 정리해놓으면 이후 한국 진보정당들에도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자료조사를 하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사회당이라는 존재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선 워낙 특수한 케이스라서 그런지 한국 좌파들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교훈을 찾고자 한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일본사회당의 이념적 선명성과 사회운동적 태도를 배우고, 이념적 선명성을 토대로 확고한 특정 이슈(개헌반대) 대항정당으로 자리매김하여 40여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했던 점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지론으로 레닌의 혁명은 '전쟁 중단'을 내세웠기에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사회당의 개헌반대 또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며 제1야당 지위를 유지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선명한 이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의적절한 이슈에 대한 입장은 대중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비록 이후 거기에서 비롯된 이념적 경직성과 총평 의존성이 사회당이 대안집권세력으로 부상하는데에 걸림돌이 되기는 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한국의 좌파의 과제는 어떻게 집권을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지지를 늘릴지에 있기 때문에 사회당의 경로에서 배울 점은 많이 있다고 본다. 과거의 경험에서 당연히 취사선택을 하고 실사구시해야겠지만 당장의 한국 진보정당은 과거 일본 사회당의 경험에서 아직은 반면교사로 삼을 것보다 참고할 것이 더 많지 않은가 싶다. 필자의 대강의 입장은 링크에 정리해 두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 입장에선 보다 다양한 입장과 생각들을 들어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몇명의 글들과 대강의 논지와 그에 대한 나의 약간의 의견을 실어보고자 한다.

 

 

1. 장석준의 입장

 

'우파 폭주' 일본, 한국은 기회가 남았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가 있었다. 한데 압승을 거둔 자유민주당에 가려서 나머지 정당들은 아예 관심 바깥이었다. 그 정당들 중에는 원내 좌파정당인 사회민주당, 공산당도...

www.pressian.com

장석준의 입장은 좌파 사회민주주의적 입장이다. 에다 사부로로 대표되는 구조개혁파의 시도는 비록 모험적이었지만 당내 좌파의 교조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운동의 경직성 개선, 기업별노조로 기울던 정세의 역전, 사회당의 현실정당화를 만들어내 일본을 서구와 같은 사회국가로 바꿔낼지도 몰랐을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결과주의적으로 볼 때 일본사회당의 몰락은 곧 일본 내 진보운동의 절멸을 의미했기 때문에, '우파 폭주'의 원인은 능력있는 좌파적 대안의 부재였다고 보는 입장이다.

 

-> 에다의 구조개혁론에 대한 과하게 후한 평가가 있지 않나 싶다. 링크의 글에 나왔듯 사회당의 붕괴 원인은 교조성이나 급격한 현실정당화 어느 한 쪽에서 찾기 힘든데, 에다의 사회국가 기획은 스웨덴 모델에 비하면 많이 온건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 에다가 현실주의를 이유로 개헌과 안보조약에 조건부 찬성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에다가 사회당의 주류를 차지하더라도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2. 정종권의 입장

 

[정종권] 51년과 55년, 일본사회당의 분당과 통합 - 노동당 :: 당원게시판 - laborparty.kr

일본 사회당이라는 당이 있었죠. 1945년 비공산당 계열의 여러 진보세력들이 모여서 창당한 정당입니다. 지금은 산산히 부서져서 일본 사민당이라는 군소정당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우

www.laborparty.kr

 정종권의 입장은 해당 링크의 글을 통해서는 지엽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정종권은 55년 사회당 재통합의 배경을 보수통합과 대중운동의 고양에서 찾으며, 정세에 대한 올바른 반영으로서의 혁신진영 통합이 후에 사회당의 이론적 교조성에도 불구하고 비록 집권세력이 되기엔 부족했지만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할 수 이유라 주장한다.

 

-> 2011년의 통합진보당으로의 '진보대통합'을 감안하고 글을 읽더라도 정종권의 주장에는 아전인수적인 면이 있다. 55년 재통합에 이르기까지 좌파사회당과 우파사회당은 분당 이후 지지율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51년 분당의 배경은 당내 우파가 당내 좌파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렸기에 선택된 것이었다. 2011년의 진보대통합 상황은 좌우 사회당의 합당이라기보단 공산당+사회당+리버럴야당이 통합하는 상황에 가까운 것이었고, 좌우 사회당의 통합과정보다 훨씬 많은 내부투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좌우 사회당의 통합은 이후 결국 당내 우파가 사회당을 탈당해 민사당으로 분당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는데, 이는 여전히 당내 좌파에 맞서 당내 우파가 유의미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통합진보당에서 탈당한 PD계열이 진보신당으로 옮겨간 상황과도 닮아있다.

 

3. 김로자의 입장

 

일본의 좌파 정당운동, 동병상련의 운동사

일본 좌파정당 운동사에 관한 개괄 | 빠른 근대화와 소위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기를 거치며,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나라 일본, 그러나 요즈음 일본의 정치

brunch.co.kr

 김로자는 일본 혁신운동과 사회당 붕괴의 원인 중 재생산구조의 부족에 주목한다. 즉 사회당의 총평 의존성이 사회당이 확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버렸고, 사회당의 교조성이 당시 고양기에 있던 좌파 학생운동에게도 대중에게도 매력적이지 못했기에 재생산이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김로자는 대중운동을 만들어가는 공산당의 선전에 주목하며, 사회당-공산당-신좌익의 반목을 뛰어넘는 새로운 좌파적인 구심점과 목소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과제라 이야기한다.

 

-> 일본사회당의 교조성에도 불구하고 1.5당제가 확립된 배경과 맥락이 너무 감안되지 않은게 아닌가 싶다. 당시 일본 신좌익 학생운동이 가졌던 거대한 공통의 정신은 '혈채주의'와 '자기부정'이었는데, 사회당이 대중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교조성이 맞지만 학생운동으로부터 외면받았던 이유는 교조성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불철저함에 가까웠다. 혈채주의의 이념은 의회정당이 온전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당 청년조직인 사청동에 신좌익 정파 '해방파'가 일종의 엔트리 전술을 시도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학생운동과 사회당이 관계맺음을 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당의 신좌익에 대한 입장은 '사상적 오류이다'였고, 이후 해방파가 사회당에서 제명된 이유도 교조-비교조의 대립이라기보단 레닌주의-비레닌주의적 맑스주의의 대립에 가까웠다.

 

4. 양의모의 입장

 

[양의모의 생각바로하기] 너무 늦은 심상정 대표 퇴진, 큰 의미 갖길 바라며 - 알티케이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퇴진을 앞두고 착잡한 심정이다. 오랫동안 진보정치의 동지로 느껴진 그녀의 퇴장은 그러나 ‘박수칠 때’가 이미 지나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아 축하의 메시지를

www.rightknow.co.kr

 양의모는 일본사회당 몰락의 원인을 편협한 이념적 프레임에서 찾으며,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지 못해 군소정당이 된 사회당의 전철을 정의당이 밟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길 바라는 '진보너머'등의 청년 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의당의 모습은 대중정당화보다는 어부지리로 지지율 확대에 성공한 공산당을 따라하려는 모습같다고 평한다. 하지만 양의모는 공산당의 기반은 정의당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통과 역사가 있으며, 이를 섣불리 따라하지 않을 것을 주장한다.

 

-> 일본 혁신운동과 정당사부터 정의당 현실까지 사실관계가 죄다 틀려먹은 글이라 굳이 평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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