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룸펜

혈채주의란 무엇인가 - 중핵파 기관지 '전진' 2684호 본문

일본 좌파 운동 번역/중핵파

혈채주의란 무엇인가 - 중핵파 기관지 '전진' 2684호

0079char 2020. 12. 21. 22:20
728x90

혈채(血債)주의 - 노동자 계급에 대한 절망을 조직하다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의 노동자 계급은 피억압 민족・인민에 대한 배타주의・차별주의에 물들어있기 때문에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하는 사상. 노동자 계급에 대한 불신과 절망을 부추겨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하더라도 차별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마르크스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사상이다.

  '혈채血債'는 '피의 채무'라는 뜻. '먹으로 쓴 거짓말은 피로 쓰여진 사실을 지울 수 없다. 혈채는 반드시 동일물로 상환되어야 한다'는 중국 문학자 루쉰의 말에서 따온 것.

  혁공동은 70년 투쟁의 과정에서 일제에 의한 조선・중국・아시아 인민에 대한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전체 역사와 일본 노동계급이 이를 저지하지 못하고 패배한 것에 대한 자기비판적 총괄을 수행했고, 일제를 반드시 타도해냄으로써 아시아 인민에 대한 계급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결의하며 투쟁해왔다. 하지만 혈채주의자들은 여기서 '일본의 노동자는 부패하고 타락했다'는 식으로 노동자 계급을 멸시하는 입장으로 전환했고, 제국주의와의 투쟁에서 도망치는 구실로 삼았다.

  '당의 혁명'은 계급적 노동 운동 노선에 대한 반대파를 타도하고, 이 혈채주의도 최종적으로 타도하고 일소시켰다. 오늘날 한국 민주노총과의 국제연대의 거대한 발전은 혈채주의 타도 위에서 개척되고 있다.

 

 

*혈채주의는 혁공동 운동에 있어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한국으로 치면 오염된 당사자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일본 학생운동의 '자기부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운동 안에서 수많은 병폐를 낳았는데, 가령 일본인은 식민지배의 가해자이기 때문에(혹은 부락민 차별의 가해자이기 때문에) 운동의 원칙과 전망보다 피해당사자의 입장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가해자인 일본인에게 운동에서의 발언권은 없다는 식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론 혁공동 안에서는 90년대 정치국 우위 체제가 확립되고 혈채주의파에 대한 숙청이 이뤄지며 혈채주의를 청산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투 운동의 특징인 '자기부정'의 맥락은 남아있는데, 이는 일본을 세계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로 파악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전복을 통해 아시아 인민에게 책임을 다하겠다는 혁공동의 강령과 입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의 채무를 다해야 한다는 강박이 운동을 지배했다는 점은 68혁명기 미국의 분리주의적 여성주의 운동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 그러나 가해자라는 정체성을 속죄하기 위해 하는 운동은 전망을 갖기도 힘들고, 피해자 서사의 과한 전시를 조장하는 바닥으로의 경쟁으로 치닫기 쉽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다.  -역자 주-

Comments